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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 69시간 근무제 추진, 장시간 노동 강요: '산업전사'라는 표현은 제발 이제 그만! 우리나라는 현재 근로기준법에 정해진 주당 노동시간 40시간에 연장 가능 시간 12시간을 합쳐 '주52시간제'를 시행하고 있습니다. 윤석열 대통령은 후보 시절에 일주일에 120시간까지 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농담처럼 말했던 적이 있습니다. 그게 농담이 아니었나 봅니다. 대통령으로 당선된 지 1년이 채 안 돼서 실제로 '유연근무제'라는 이름으로 한 주에 69시간까지 일할 수 있게 하겠다고 '주 69시간 근무제' 추진을 야심 차게 밝혔습니다.   이미 우리나라는 노동시간이 많기로 악명이 높습니다. OECD 회원국 38개국 중 연평균 노동시간이 두세 번째로 많습니다. 2021년 기준 연평균 노동시간이 1,915시간이나 됩니다. 우리보다 노동시간이 많은 나라는 칠레, 멕시코 등 중남미 국가들뿐입니다. 노동시간이 .. 더보기
모방이 부른 경제의 자화상 : 모방과 동경이 만드는 소비 대부분의 사람들은 스스로 합리적 소비자라 자부하지만, 실제로는 알게 모르게 남의 행동에 영향을 많이 받습니다. 백화점 특설 매장에 사람들이 몰려들어 옷을 고르는 광경을 보다가 왠지 나도 안 사면 손해인 것 같아서 물건을 살펴봤던 경험이 누구나 한 번쯤 있을 것입니다. 반대로 특정 브랜드나 디자인의 옷이 마음에 들어도 주위에서 너무 흔하게 보이면 구매 욕구가 떨어지는 일도 종종 있습니다. 이렇게 다른 사람의 수요에 내 수요가 좌우되는 현상을 경제학에서는 네트워크 효과라고 부릅니다. 1950년에 미국의 하비 라이벤스타인이 이 현상의 기초 이론을 제공했습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나타나는 양상은 제품과 상황에 따라 판이합니다.   네트워크 효과가 양(+)인 경우는 긍정적 네트워크라고 합니다. 남들이 사면 나도 사.. 더보기
마시멜로 이야기 : 생활 속의 행태경제학 호아킴 데 포사다와 앨런 싱어가 지은  2005년 처음 번역되어 나온 이후 수십만 권 이상이 팔렸다고 합니다. 이 베스트셀러의 주인공 조나단은 40세의 젊은 나이에 억만장자의 반열에 오른 성공적인 사업가입니다. 어느 날 그는 운전사 찰리에게 자신이 어린 시절 받았던 '마시멜로 실험'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었습니다.   스탠퍼드대학교의 심리학과에서 실시한 이 실험은 어린이들의 참을성을 테스트하는 데 주목적이 있었습니다. 실험 대상이 된 어린이 앞에 마시멜로를 한 개 놓아 주고 그것을 먹고 싶은 충동을 참아 낼 수 있는지를 테스트해 보았습니다. 만약 그 충동을 15분 동안 잘 참아 내면 상으로 마시멜로를 하나 더 주겠다고 약속을 하고, 과연 어린이가 그것을 먹지 않고 견뎌 낼 수 있는지를 관찰하는 실험입니다... 더보기
늘 계산기를 두드려 가며 사는 것은 아니다. : 휴리스틱 현실에서 사람들이 보이는 행태에서 찾아볼 수 있는 특성의 대표적 예로 휴리스틱이란 것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말로 '주먹구구'에 해당하는 판단의 방식인데, 적절한 우리말 번역을 찾기 힘들어 외래어로 그냥 표현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현실의 상황을 판단하는 일은 무척 복잡하기 때문에 사람들은 이를 단순화하기 위해 몇 개의 주먹구구식 원칙을 사용합니다. 바로 이것을 휴리스틱이라고 부릅니다.   아무리 치밀한 사람이라도 매사에 백과사전을 뒤져 보고, 계산기를 두드려 가면서 살아야 하는 것은 아닙니다. 계산을 해보면 정확한 답이 나오는 것을 뻔히 알면서도 대충 어림짐작으로 끝내 버리는 경우가 많습니다. 특별히 게으른 사람만 그러는 것이 아닙니다. 어림짐작이라는 휴리스틱을 활용하는 것이 편리하기 때문에 구태여 시시.. 더보기
조금씩 가격을 올려도 무방하다? 휴대전화를 사러 갔는데 내가 원하는 모델이 30만원이라는 가격표가 붙어 있었습니다. 나는 그 모델을 사려고 마음먹은 상태에서 여기저기를 살펴보고 있었습니다. 마침 그때 친구 하나가 가게에 들어서더니 내 귀에 대고 이런 말을 속삭였습니다. " 이 가게에서는 가격이 높게 매겨져 있어. 다른 가게에 가면 27만 원에 살 수 있는데." 이런 상황에서 그 가게에 나와 3만원 더 싸게 판다는 다른 가게로 옮겨져 가게 될까?  이번에는 TV를 사러 어떤 전자제품 대리점에 갔는데, 마음에 드는 모델이 300만원의 가격표가 붙여져 있었습니다. 그것을 살까 마음먹고 있는 차에 이번에도 또 그 친구가 내게로 다가와서 이렇게 속삭였습니다. " 이 TV에 다른 대리점에서는 297만원의 가격표가 붙어 있는 걸 봤어. 꼭 여기서 .. 더보기
할인률의 개념 : 로또 상금을 20년 후에 받아라? 어떤 사람이 로또에 당첨되어 5억 원의 상금을 받게 되었는데, 원래는 내년 1월 1일에 그 상금을 받게끔 되어 있습니다. 그런데 당국이 갑자기 태도를 바꿔 20년 후 1월 1일에 상금을 지급하겠다고 연락해 왔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어차피 받을 돈인데 잃어버린 셈 치고 기다리지 뭐."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있을까? 아마 한 사람도 없으리라고 생각합니다. 모두가 "20년이나 기다리라고?"라고 아우성을 칠 게 너무나도 뻔한 일입니다.   똑같은 금액의 돈이라도 그것이 언제 생기느냐에 따라 가치가 달라집니다. 예컨대 지금 당장 손에 들어오는 5천만 원의 돈이 20년 후 받을 5억 원보다 더 큰 가치를 가질 수 있습니다. 미래에 받게 될 돈을 현재 시점의 가치로 계산해 보면 훨씬 더 줄어든 금액이 되기 때문입니다.. 더보기
생활 속의 행태경제학 : 행태경제이론의 관점에서 본 광우병 파동 2008년 5월 우린 사회는 미국산 쇠고기 수입과 관련된 '광우병 파동'으로 심한 몸살을 앓고 있었습니다. 사실 객관적 확률로만 따지면, 인간 광우병의 위협이 그리 심각한 수준은 아닙니다. 한 해 동안 광우병으로 인해 죽는 사람이 전 세계를 통틀어 불과 몇 명에 지나지 않을 정도니까 말입니다. 미국산 쇠고기를 먹는 광우병에 걸릴 확률은 로또에 당첨된 사람이 돈 찾으러 은행에 가는 길에 벼락을 맞을 확률과 비슷한 정도라는 말까지 하는 사람이 있습니다.   그러나 심리학적 분석에 따르면 똑같은 확률의 위험성이라도 그것이 성격에 따라 사람들이 느끼는 불안감이 크게 달라진다고 합니다. 예를 들어 비자발적으로 노출된 위험성, 그리고 그 성격이 불명확한 위험성에 대해 느끼는 불안감이 훨씬 더 크다는 것입니다. 광우.. 더보기
긴급재난지원금 정책을 돌아보며: 기생충과 불평등 영화 이 92회 미국 아카데미 시상식에서 4관왕을 달성하며 한국 영화의 새 역사를 썼습니다. 손에 땀을 쥐게 하는 긴박하고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수준 높은 연기, 그리고 영화가 세상에 던지고자 했던 강렬한 메시지 등으로 전 세계 수많은 영화 팬들에게 많은 사랑을 받았습니다. 은 제목에서처럼 좁은 반지하에 살고 있는 가난한 가족이 마치 기생충처럼 호화로운 생활을 하는 부자 가족의 삶에 침투하는 과정을 그리고 있습니다. 이 영화는 송강호 가족의 기생충 같은 삶을 통해 198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가 득세하면서 갈수록 심화하는 경제적 불평등과 양극화 문제를 정면에 거론합니다.  운 좋게 돈 많은 부모를 만나면 한평생 부자로 살지만, 가난한 부모에게서 태어나면 평생 가난을 면치 못한다는 이야기 입니다. 과거 .. 더보기